자료 추천 도서

루터의 재발견: 질문, 저항, 소통, 새로운 공동체

 

최주훈 저
복있는 사람
2017.09.06네이버

종교개혁 500주년, 질문과 소통 없는 우리 시대에 개혁의 의제를 던진다!”

루터의 재발견은 주목받는 한국의 루터신학자 최주훈 목사의 역작이자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판으로 루터의 생애와 신학을 중심으로 종교개혁의 역사와 의미를 새롭고 참신한 관점으로 풀어낸다.

질문, 저항, 소통, 새로운 공동체, 예술과 종교개혁, 루터의 신학 으로 나눠져 있는 구성 속에서 빼곡한 질문들과 성찰을 찾아볼 수 있다. 전문적인 용어들보다는 쉬운 어체로 쓰여 있어서 누구나 읽기에 좋다.

한 선교사의 서평을 소개한다.


황OO 선교사

1. 길을 잃다

어느 날, 숲에서 길을 잃은 나를 발견했다.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나. 이 숲의 이름이 뭐였더라? ‘신앙’이었는지, ‘종교’였는지, ‘기독교’였는지 딱히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게 어떻게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기억의 시점은 네다섯 살 때부터이다. 할머니가 먼저였을까, 엄마가 먼저였을까, 내 손을 잡아 이끌었던 사람은. 그 이후엔 때론 친구였고 때론 선생님이었는데 긴 시간을 이끌어준 사람들은 주로 목회자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길을 잃었다. 끌려다니는 것이 싫어서 내가 먼저 놓아버린 것인지, 그들이 놓은 것인지도 희미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간절해지는 것은 그냥 여기 이대로, 미아처럼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숲의 어디쯤 와 있는 것인지, 어느 방향을 향해 나가야 하는지 알아야했다. 길을 찾아 나서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이 책의 저자였다. 국외와 국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교회와 예배를 접하고 많은 목회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선물 같은 몇 분을 알게 되었다. 찔끔 찔끔 길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지도 읽는 법과 나침반 보는 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었다.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목회자들을 만나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갈 길은 더 명확해지고, 지지자를 얻은 것처럼 든든하다. 저자가 SNS를 통해서 나눴던 이야기와 사진들, 독일 탐방 이후 종로의 한 작은 공간에서 소그룹 청년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잘 엮어져 <루터의 재발견>이란 책으로 우리에게 왔다. 저자는 말한다. 나보다 500년 먼저 길을 잃었으나 당당하게 길을 찾아 간 사람이 여기 있다고.

2. 앞서 간 사람, 루터

길을 잃었을 때는 입구를 되짚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 시작점을 찾아보면, 왜 이 길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도 알게 된다. 내 신앙의 시작, 그 이전에 지금 발딛고 있는 숲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알려면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루터다. 저자는 루터에 대한 가감 없는 평가와 함께 “루터는 슈퍼맨이 아니라, 한계가 분명한 ‘시대의 아들’”임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신적 세계관, 중세 신분 질서, 반유대주의적 편파성을 지니고 있던 인물’이면서 동시에 ‘프로테스탄트 제1호, 새로운 교회 창립자, 보편 교육과 복지의 초석을 놓은 사람, 현대 민주주의의 초석, 종교적 천재, 탁월한 설교자이자 목회자 등등’의 다양한 면모들을 저자의 관점으로 소개하고 있다.(p.34)
루터는 1483년 성 마르틴의 축일에 태어나 마르틴(Martin)의 이름을 갖게 된다. 그의 성은 원래 ‘유혹하는 사냥꾼’의 의미를 가진 ‘루더(Luder)’였으나 1512년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자유인’이라는 뜻의 헬라어(엘류테로스)에서 가운데 ‘류터’만 취해 ‘루터(Luther)’로 성을 바꾼다.(p.66-67) 1505년, 법학과에 입학한 루터는 폭우와 천둥번개 속의 서원으로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사가 된다. 1510년 수도원 문제로 로마에 가게 된 루터는 “만일 지옥이 있다면, 지옥 위에 로마가 세워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환멸을 느끼게 된다. “루터가 목격한 로마는 거룩한 하나님의 도성이 아니라 ‘지옥’이었다. 이와 같은 현실 직시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질문을 만들어 냈고, 성서와 판이하게 다른 교회와 성직자들의 현실 앞에 루터는 성서의 답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연구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질문들은 불의한 현실에 대한 저항의 힘으로 나타나게 된다.”(p.84) 루터의 손에는 ‘성서’라는 나침반이 있었다. 대학시절 루터는 에르푸르트 대학 도서관에서 성서를 만난다. 당시 성서는 오직 성직자들만 읽고 해석할 수 있었고, 필사본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했기에 성서 전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양피지와 종이가 300년간 공존했는데, 16세기까지 유럽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문서는 종이에, 중요한 문서는 양피지에 기록했다. 피혁지는 서사 재료 중 내구성이 강하고, 잉크 흡수성이 좋으며 파피루스에 비해 자유로이 접을 수 있을 수 있었으나 가격이 비쌌다. ‘코란 한 권에 양피지가 300장이 들었다’*고 하니 성서를 기록한 양도 보통이 아니었으리라 가늠할 뿐이다.(*참고 – 연호탁,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 몽골 초원에서 흑해까지』 서울: 글항아리, 2016) ‘동양의 종이가 없었다면 루터의 종교개혁이 가능했겠는가?’ 물으시던 교수님을 떠올리며, 루터는 여러모로 ‘시대의 아들’이었구나 싶다. 루터는 단순히 ‘직업적 사제’가 아니었다. 나침반을 들고 길을 찾아 나선 사람임을 이 책의 구석구석에서 마주하게 된다. 아무나 사제가 될 수 있고, 라틴어 성서를 두고 라틴어를 몰라도 사제가 될 수 있었던 시절, 교황청 부근에 공창을 두고 사제들에게 권했던 그 시절, ‘마녀사냥’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지던 시절에 루터로 하여금 교회 문에 95개조 논제를 붙이도록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교황에 대한 도전임을 서른넷의 청년 루터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을 찾아 읽어본다. ‘면죄부’에 대한 강한 반박이 가득하다. 이 책의 앞부분을 읽은 후에 루터의 반박문을 읽으면, 당시 루터의 글이 가져온 파장이 어떤 것이었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본격적인 종교개혁의 불씨를 당겼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저자는 “당시 출판물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고 소통의 파괴력을 가진 것은 단연코 루터의 성서 번역이었다.(중략) 이것은 당시 폐쇄적인 종교세계를 종교개혁자들이 어떻게 돌파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더욱 놀랄 만한 사실은 판을 거듭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정을 더했다는 점이다. 이런 개정 작업을 통해 진리는 민중 속으로 보다 깊이 파고들었고, 이를 통해 종교개혁의 소통은 더욱 힘을 얻었다.”(p.124)고 설명한다. 솔라 스크립투라(Sola Scriptura, 오직 성경)! 루터의 질문도, 저항도, 소통과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그림과 실천도 모두 성경에 바탕을 두었다. 아낌없이 나누려는 저자를 통해, 또 다시 아낌없이 나누던 루터를 만난다. 권력자의 손에만 들려있던 지도를 손수 그려서 아낌없이 나눠주던 사람. 지금 있는 곳에서 더 나아갈 수 있음을, 길이 있고 선택할 수 있음을 알려주던 사람을 만난다. ‘어차피 이 지도는 나만을 위해 주어진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지도’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3. 출구를 찾아서

지도를 가졌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지도를 읽는 법을 알아야 한다. 평면적인 지도가 이해되지 않을 때는 높은 곳에 올라 전체 지형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고, 나침반을 통해 방향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수 있을지 알게 되고, 어디로 갈지 결정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 지도가 의미가 있으려면 가야한다.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 자에게 지도가 무슨 소용이며 나침반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누군가의 손에만 이끌려서 간다면, ‘나의 길’이 아닌 ‘그의 길’로만 가게 될 것이다. 루터가 시작한 종교개혁은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면죄부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21세기를 살아도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인식 안에는 조선시대가, 또 다른 누군가의 인식 안에는 중세시대가 있다.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같은 일들을 되풀이할 뿐이다. 길 위에 서있다. 한 걸음 내딛기 전의 나에게, 저자는 먼저 등을 두드리며 말한다. “이 땅에 문제없는 교회는 없다. 그러나 문제의 답을 찾아 가려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교회는 있다. 그런 교회가 생명력 있는 교회다. 주어진 삶의 현실에 질문을 갖고 답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자. 하나님은 그 모험 가운데 함께하며 현실을 변화시킬 용기를 주시고, 선한 권위로 설득하며 그분의 호흡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으실 것이다. 그러므로 끝까지 질문해야 한다.”(p.306) 루터를 만나 한 걸음 내딛는다. 이 길 위에서 나는 또 다른 루터들을 만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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